지난 금요일 아침, 강귀란 씨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결과를 기다리며 1만 5천여 명의 지지자들이 모인 서울 용산에 있는 윤 대통령의 관저로 향했다. 50대 장로교 목사인 이 여성은 자신이 ‘대통령님’이라고 부르는 윤 대통령을 만나고 싶었지만 끝내 만나지 못했다.
현지 시각 오전 11시 22분, 헌법재판소가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강 씨는 절망감에 휩싸였고, 하나님이 한국을 버린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마치 출애굽 당시 이스라엘 민족이 홍해 앞에 서 있는 것과 같은 기분이었다”고 그녀는 말했다.
윤 대통령의 관저에서 버스로 30분 정도 떨어진 숙명여대에서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전지후(24세) 씨는 인터바이어티 크리스천 펠로우십(InterVarsity Christian Fellowship) 소속 친구와 150여 명의 동료 학생들과 함께 강의실에서 윤 대통령의 판결을 생중계로 지켜보고 있었다.
판결을 듣자마자 전 씨는 눈물을 흘렸고, 주변의 다른 학생들은 기쁨에 환호했다. 전 씨는 자신과 친구들이 윤 대통령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하며 거리에서 보낸 수많은 겨울밤을 떠올리며 안도감을 느꼈다.
“평소에는 하나님께 무언가 들어달라고 기도하지 않는데, 그것은 하나님의 권리이자 권한이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전 씨는 말한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는 그 어느 때보다 절실했습니다.”
지난 2월 25일 최종 심리가 끝난 후, 6주 동안 대한민국은 윤석열의 정치적 운명에 대한 소식을 초조하게 기다렸다. 4월 4일 헌법재판소가 판결을 발표하자 탄핵 찬성자들은 거리에서 춤을 추었고, 환호하며 눈물을 흘렸다. “404: 대통령을 찾지 못함”이라는 밈이 퍼지기 급속도로 시작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다시 윤석열!”이라는 새로운 슬로건을 만들었다.
한국의 복음주의자들도 이번 판결에 대해 분열된 반응을 보였다. 어떤 이들은 이번 판결을 하나님의 공의로운 심판으로 받아들이는 반면, 일부는 결과에 실망하고 있다. 성도들은 정치적 분열의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과 어떻게 화해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이미 세뇌되어 분별력을 잃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강 씨는 말한다. “오히려 영적인 상처와 대립만 더 깊어질 수 있습니다.”
2022년 5월부터 집권한 윤석열 대통령은 대한민국 헌정사상 두 번째로 탄핵을 당한 대통령이다. 2017년 헌법재판소는 재임 중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혐의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파면했다. (윤석열은 검사 시절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수사한 바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2월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가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또한 윤 대통령이 군과 경찰을 동원해 국회와 다른 정부 기관의 독립성을 침해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6월 3일에 대통령 선거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판결 당시 헌법재판소에 출석하지 않았다. 그는 파면 직후 성명을 통해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매우 죄송하고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사랑하는 대한민국과 국민 여러분을 위해 항상 기도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계엄령 선포에 대한 내란 혐의로 또 다른 형사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다.
윤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는 시위에 참여했던 문찬(50) 씨는 이번 판결이 “악인이 자신의 교만과 계략에 빠지는 과정을 하나님이 공의를 행하실 때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생각한다.
함께 시위에 참여한 딸 혜인 씨는 하나님께 한국을 보호해달라고 기도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의 안정과 회복을 위해 되찾기 위해 탄핵이 꼭 필요하다고 믿었다”고 그녀는 말했다. “이번 결과는 하나님의 기도 응답처럼 느껴졌습니다.”
윤 대통령의 복귀를 원했던 김 씨는 한법재판소의 판결을 듣고 좌절감이 밀려왔다. 그의 입술에서는 고통의 탄식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74세의 은퇴 목사인 그는 하나님의 주권을 계속 신뢰했다.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했지만 기도는 응답되지 않았다”라고 김 목사는 말했다. “그래도 저는 이 모든 일의 더 큰 주의 뜻이 있다고 믿기로 했습니다.”
각 교단과 교계 단체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판결 이후 성도들에게 평화를 유지하라고 촉구했다. 대한성공회는 “차이를 관용하면서 더 강해져야 한다”고 격려했다. 한국교회커뮤니언은 기독교인들이 예수님의 메시지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말하고 행동하며, 다가오는 선거에서 하나님을 경외하는 후보를 위해 투표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일부 기독교 지도자들은 지속적인 반대 의견을 선동하고 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는 헌재 판결이 나온 다음 날 1만 8천여 명이 모인 시위를 주도했다. 참가자들은 “탄핵 무효”, “탄핵은 사기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전 목사는 헌재의 부당한 결정에 맞서 국민저항권을 주장하자고 외쳤다.
윤석열을 지지하던 복음주의 단체인 세이브코리아는 당초 헌법재판소 판결 다음날 시위를 열 계획이었으나 판결 직후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수용한다며 이를 취소했다.
12월 3일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한 후, 문 씨는 자신이 출석하는 온누리교회 교인들의 정치적 입장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때때로 혼란스러웠고 심지어 분노까지 느껴졌다”라고 그는 말했다. “어떤 대화에서는 서로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깊은 단절감을 느꼈습니다.”
그의 좌절과 실망은 더 심각한 문제로 발전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러한 감정은 원망으로 쌓였고, 그러한 증오는 하나님이 아니라 사탄에게서 온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라고 그는 말했다.
여러 그리스도인들은 교회 내 정치적 분열을 어떻게 회복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지후 씨의 아버지 전재형 씨는 보수적인 교회, 특히 극우 성향의 교회와 ‘더 가까운 교제’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저는 더 이상 이 교회들을 마음속에 품을 여유가 없습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시간이 흐르고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노력하는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이해가 증진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김 목사는 “공산주의 사상에 동조하는” 사람들과 화해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정치적 견해가 다른 다른 성도들과 화해하는 것이 중요하고 필요하다고 단언했다. (일부 한국의 복음주의자들은 윤 대통령이 한국에서 공산주의의 영향력이 퍼지는 것을 막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김 목사는 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기독교인들은 “우리와 다른 신앙을 가진 사람들, 심지어 불신자들과도 함께 민주주의 국가를 세워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문 씨는 계속해서 하나님께 더 큰 긍휼을 베풀어달라고 간구하고 있다. “이번 탄핵 사태를 겪으면서 제 마음 속에서 다른 사람들로부터 등을 돌리지 않도록 지켜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하고 있습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 이 기사의 이전 버전에서는 한국교회커뮤니언이 세계복음주의연맹의 회원으로 잘못 표기되었음을 정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