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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의 성공은 나의 영광이 아니다

학업 성취를 중시하는 문화에서 자녀를 위한 우리의 기도는 하나님과의 얄팍한 협상처럼 들릴 수 있다.

A crown made from an A+ graded homework paper.
Christianity Today May 11, 2025
엘리자베스 케이의 일러스트레이션 / 게티 이미지

매년 11월 셋째 주 목요일이면 대한민국의 모든 일상이 멈춘다. 올해는 약 35만 명의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들과 20만 명의 재수생이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표준화 시험 중 하나이자 한국 대학 입학을 위한 중요한 관문인 수학능력시험에 응시한다.

시험 당일, 수험생들이 오전 8시 제 시간까지 시험장에 도착할 수 있도록 관공서와 기업들은 교통 혼잡을 막기 위해 출근 시간을 늦추고 국군은 소음 공해를 줄이기 위해 군사 훈련을 중단한다. 경찰관은 지각하는 수험생들을 경찰차로 시험장까지 태워다 주기도 한다.

한국의 교회도 수능 시험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내가 출석하던 서울의 한 교회에서는 수학능력시험이 있는 주에 특별 기도회를 열었다. 새벽 예배에서 수험생의 부모와 조부모들은 자녀들이 학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무릎을 꿇고 간절히 기도했다.

많은 한국 그리스도인들은 수능 시험을 자녀들이 승리하며 통과해야 할 불같은 시련 중 하나로 여긴다. 이들의 시각에서 영향력 있는 위치에서 설 수 있는 더 많은 성공한 그리스도인을 필요로 한다. 그러한 위치에 오르려면 좋은 성적을 받고 좋은 대학에 입학해야 한다. 우리 교회의 목회자는 학생들에게 “다니엘의 지혜”(다니엘 1:20)를 주시기를 간구하며 그들의 “미약한 시작”이 결국 “크게 번성하게” 될 것이라고 선포하곤 했다(욥기 8:7).

나는 그때 아직 부모가 아니었지만, 자녀들이 이 타락한 세상에서 지혜롭고 승리하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나님께 간절히 중보하는 이 가족들과 함께하고 기도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자녀를 위해 그렇게 기도하는 것은 지극히 합리적이고 감동적 일처럼 보였다. 좋은 성적을 받으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수 있고, 자녀의 부모와 조부모도 재능 있는 젊은이를 길러낸 영광을 누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3세부터 12세까지 다섯 자녀를 둔 엄마가 된 지금, 나는 자녀의 성공을 위해 기도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확신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신학교에서 공부하면서 다니엘과 같은 성경 속 영웅들의 이야기는 개인적인 승리에 관한 것이 아니라 고난의 계절에 하나님을 의지하는 믿음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한국 문화와 2015년 가족이 이민 온 미국 양쪽 문화에서 보이는 자녀의 학업 성취를 통해 영광을 추구하려는 문화적 압력에 저항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나를 포함한 많은 그리스도인 엄마들은 자녀의 교육적 성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강박을 느낀다. 최근 한국의 한 유튜브 동영상 패러디가 이러한 정서를 잘 보여준다. 10분 분량의 이 영상에서 스탠드업 코미디언 이수지는 고가의 몽클레르 패딩을 입고 네 살배기 아들을 학원이 밀집해 있는 서울의 부유한 동네 대치동으로 데려다주는 부유한 ‘제이미맘’ 역을 연기했다.

제이미맘은 실제 대치맘들이 하는 것처럼 영어 선생님과 아들의 진도를 점검하고, 새로 발견한 아들의 중국어 학습 재능을 자랑하며 아들의 숨겨진 ‘영재 발굴’을 포착하는 데 집착한다. “이게 엄마가 해야 할 일이니까요”라며 그녀는 아이의 특성을 조금이라도 놓치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말한다. 또, 이런 학업 활동이 아들의 대학 입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 영상은 한국에서 입소문을 타며 8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고, 다양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일부는 한국 교육 제도의 문제점을 날카롭고 풍자적으로 비판했다는 찬사를 보냈고, 일부는 엄마들의 선한 의도를 깎아내렸다며 분노하는 비판도 있었다. 한 시청자는 “당신과 나도 다르지 않다. 우리 모두 제이미맘”이라고 댓글을 달았다.

나 역시 제이미맘과 수능 시험에 응시하는 학생들을 위해 열심히 기도하던 부모님과 조부모님의 모습에서 나 자신을 본다. 내 아이들이 경쟁이 치열한 이 세상에서 성공하고 불확실한 내일에 대한 불안 없이 자유롭게 살기를 바란다.

내가 아는 한 친구는 자신의 다섯 살짜리 자녀를 중학생에게 AP 영어 과정을 제공하고 아이비리그 대학 입학을 약속하는 서울의 한 초중고 ‘영어 대안학교’에 등록시켰다. 아들을 해외에 보낼 형편이 되지 않아 이 학교가 차선책이라고 여겼다. “이 결정으로 인해 우리 가정의 재정이 위태로워졌지만, 그래도 우리 아들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수 있도록 부모가 희생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그녀는 말했다.

우리는 자녀가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시간, 에너지, 돈을 쏟아부어 자녀의 성취를 통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이 거룩한 의무라고 믿기 시작했다. 자녀들이 다니엘과 그의 친구들처럼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기를 바라며, 고통과 실패로부터 자녀를 보호하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다. 우리는 “구하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주실 것이요”(마 7:7)와 같은 약속에 매달린다.

하지만 이것은 결국 번영신학이 우리 자녀를 위한 중보기도에 스며들었음을 보여준다. 우리의 기도는 하나님을 좋은 것만 주는 요술램프 지니처럼 여긴다. 특히 한국의 상황에서 자녀의 학업 실패로 인해 고통을 겪게 될 것이라는 두려운 마음을 드러내고 있다.

수능 시험의 등수는 학생들의 장래 소득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전국적으로 실시되는 이 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야 한다는 극심한 학업 압박은 대치동과 같은 지역의 사교육비를 치솟게 했고, 이는 한국의 평균적인 가정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비싸졌다. 그 결국 높은 교육비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만이 고소득 직업을 얻을 수 있고, 이는 다시 자녀 교육에 대한 투자로 이어진다.

반면, 학업 성취도가 낮고 고소득 직업을 갖지 못한 사람들은 결혼이나 자녀 양육을 감당할 여유가 없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아이러니하게도 미래 세대의 성공을 보장하려는 이러한 집착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0.75명의 출산율을 기록하게 만든 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

번영 주의 복음이 주입된 사고방식을 갖고 우리는 하나님과 얄팍한 협상을 할 수 있다. “하나님, 우리 아이를 성공하게 해주시면 그 영광을 하나님께 돌리겠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 자녀가 성공해야만 영광을 받으시는 분이 아니다. 또한 부모의 역할은 자녀를 어려움과 고난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 내가 출석했던 교회의 목사님이 수능 시험을 위해 자녀들에게 ‘다니엘의 지혜’를 구했던 기도는, 다니엘이라는 성경적 인물을 개인적 성취의 본보기로 삼는 것으로 오해하게 할 수도 있다. 다니엘의 삶은 하나님의 주권적인 목적을 보여주는 증거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하나님은 세상의 왕들을 세우기도 하시고 폐하기도 하시며, 다니엘과 같이 박해 속에서도 신실한 믿음을 지킨 사람들을 통해 추방당한 백성에게 소망을 회복시키신다.

다니엘의 세상적 성공 뒤에는 엄청난 고통이 뒤따랐다. 그는 조국에서 쫓겨난 망명자였고, 환관이 되었을 수도 있다. 거룩한 신의 영이 그 안에 있었다고 일컬어진 다니엘에게서 드러나는 모든 영광은 오직 하나님께 속한 것이었다. (다니엘 5:14)

한국의 우리 교회 목사님이 기도에서 인용했던 욥기 8장의 구절, 즉 미약한 시작이 정차 크게 번성하게 되리라는 말씀도 인생의 성공에 대한 약속이 아니다.

이 장에서 빌닷은 하나님께서 이미 욥을 의롭다고 선언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욥에게 회개하여 하나님께서 그의 재산을 회복시켜 달라고 하라며 그를 책망한다. 빌닷의 말은 고난을 하나님이 주는 징계로, 순종을 하나님이 주신 성공과 동일시하는 잘못된 신학을 드러낸다.

그러나 욥기는 고난은 죄에 대한 형벌이 아니라 궁극적인 원수인 사탄에 의해 시작된 더 깊은 영적 전투의 일부이며 의인의 삶에서 불가피함을 강조한다.

이 구약의 가르침은 우리가 자녀를 고난 없이 평탄하고 성공적인 삶을 누리도록 기도하고 싶은 유혹을 느낄 수 있지만, 시련을 통해 진정한 순종과 인내를 가르치시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있다는 교훈을 준다.

나는 다니엘과 욥의 삶을 좀 더 총체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자녀의 성공에 대한 생각을 다시 정리할 수 있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 가정을 댈러스 도심에 오게 하셨고, 이곳에서 아이들은 번영과 고난을 모두 경험하고 있다. 한국 친구들처럼 수능 시험을 치르지 않아도 되지만, 아이들은 학년마다 치러지는 표준화 시험과 대학 입시에 대한 압박감 등 치열한 시련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나는 더 이상 ‘최고의’ 교육 기회를 아이들에게 제공하지 못한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제이미맘’처럼 몽클레르 재킷을 입지 않아도 되고, 내 자녀의 좋은 성적으로 내 인생에 주신 축복을 증명하지 않아도 괜찮다. 나 자신이나 자녀를 위해 세상이 말하는 성공의 증거를 충족시킬 필요가 없다.

내게 필요한 것은 삶에서 하나님의 부르심에 믿음으로 응답하는 것이다. 점점 더 불안정해지는 세상에서 부모로서 내 역할은 자녀의 영적 성장을 돕고, 인생에서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두려워하지 않고 그 가운데서 항상 함께하시는 하나님을 만나도록 이끄는 것이다.

요즘 나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게 해달라고 기도를 그만두었다. 대신 믿는 친구들과 믿지 않는 친구들을 모두 만나면서 아이들의 신앙이 더욱 깊어지기를 하나님께 간구한다. 나는 이렇게 간단히 기도를 한다: “주님, 제 아이들의 삶을 주님께 맡깁니다. 고난이 올 때 믿음을 지킬 수 있도록 주님을 알게 해주세요. 오직 그것만이 우리 아이들이 굳건히 서는 길임을 믿습니다.”

저자 유아름은 텍사스주 댈러스 신학교에서 구약학 박사 과정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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