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우리는 더 이상 괴물과 악마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라부부, 케이팝 데몬 헌터스, 귀멸의 칼날 같은 작품들은 초자연적 존재들을 인간적으로 묘사하며, 오늘날 우리의 영적 태도가 모호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Labubu toy looking out behind a couch

라부부 봉제인형

Christianity Today August 30, 2025
데이비드 크리스티안토 / 언스플래시

어린 시절 나는 홍콩 영화를 보며 자랐다. 그 영화 속에 등장한 강시—헝클어진 머리와 창백한 피부를 한 괴기스러운 흡혈귀나 좀비—는 두 팔을 뻣뻣하게 뻗은 채 깡충깡충 뛰어와 살의를 드러냈다. 나는 <싱가포르 괴담집>을 탐독했고, 그 속에서 프랜지파니 향기와 함께 나타나는 동남아시아 전설 속 흡혈귀형 유령, 폰티아낙을 알게 되었다. 이런 영화와 이야기들은 어린 나를 공포에 떨게 했다. 태국 공포영화를 극장에서 본 날, 나는 다시는 그런 영화를 보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최근 아시아 대중문화 속에서 이런 초자연적 존재들은 더 이상 그리 두렵지 않다. 우리는 괴물을 무해하게 만들고, 악마를 길들이며, 그들을 공감할 수 있는 대상으로 인간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털이 복슬복슬하고 커다란 눈과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닌 인형 라부부다. 북유럽 신화에서 모티프를 얻은 이 캐릭터는 아시아에서 먼저 인기를 끌었고, 지금은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수집품 중 하나로 떠올랐다. 어떤 이는 그 배경에 ‘키덜트’ 현상이 있다고 말한다.

반면, 어떤 이들은 라부부를 악마적이라고 비난하며, <엑소시스트>에 등장하는 메소포타미아의 존재 파주주와 연결 짓는다. 그러나 그런 비판은 판매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았다. 라부부 제작사는 최근 수천억 원대 수익을 올렸다.

넷플릭스의 대흥행작 <케이팝 데몬 헌터스>도 있다. 당돌한 걸그룹 헌트릭스는 특별한 힘과 뛰어난 가창력으로 세계를 지키며, 노래를 통해 악한 존재들이 인간 세계로 들어오는 것을 막는 마법 장벽 ‘혼문’을 유지한다. 하지만 다섯 명의 스타일리시한 악마들로 구성된 라이벌 보이밴드 ‘사자 보이즈’가 등장해 팬심을 빼앗고, 악마들이 세계를 정복하도록 하려 한다.

영화에는 카리스마와 매혹으로 포장된 악의 본질에 대한 암시가 가득하다. 한국어 ‘사자’는 사자(獅子)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저승사자를 뜻하기도 한다. 사자 보이즈의 히트곡 “Your Idol”의 작곡자는 그 가사가 “우상 숭배는 죄”라는 기독교 가르침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악마가 묘사되는 방식이다. 갈등하는 감정을 지니고, 선을 향한 욕망을 품은 존재로 그려진다. 헌트릭스의 리더 루미(아든 조/김의재 목소리 출연)는 반(半)악마로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다가 결국 선을 위해 싸우기로 결심하고 세계의 구원자가 된다. 인간에서 악마로 변한 지누(안효섭/최앤드류 출연)는 루미가 악마 군주 귀마(이병헌)를 물리칠 수 있도록 자신을 희생한다.

물론 악마와 괴물을 인간적으로 묘사하려는 시도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아시아 민속에는 종종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중국의 여우 정령 같은 매혹적인 초자연적 존재가 많다. 스튜디오 지브리 영화 속에서도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괴짜 불악마 캘시퍼처럼 악마적 존재를 전복적으로 그린 사례가 있다.

그러나 이런 동정적인 묘사는 점점 더 널리 퍼지고 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루미와 지누뿐 아니라, 인기 일본 만화·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의 네즈코(기토 아카리)는 피에 굶주린 본능을 억누르며 사랑하는 이를 지키기 위해서만 악마의 힘을 쓴다. 중국 애니메이션 최고 흥행작 속편의 주인공 네자(여연정 성우) 역시 사악한 본성을 극복하고 악인이 아닌 영웅이 되려는 여정을 그린다.

나는 라부부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같은 대중문화 현상을 즐기는 것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괴물과 악마를 안전하거나 귀엽거나 매력적이거나 도덕적으로 모호한 존재로 만들려는 우리의 성향이 흥미롭다. 그것은 오늘날 영적 태도의 모호함을 반영하는 듯하다.

과거 내가 보던 괴물과 악마들은 온전히 악하며 파괴되어야만 하는 존재로 단순하게 그려졌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의 집단적 상상력을 사로잡는 괴물과 악마들은 친근하고 유머러스하며, 표정과 몸짓, 행동이 인간적이거나 동물적이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나오는 호랑이 악마 더피는 너무 귀여워서 나도 인형을 갖고 싶다!)

루미(아든 조 목소리 출연)와 호랑이 악마 더피, 케이팝 데몬 헌터스 중
©2025 넷플릭스

아마도 이런 묘사들은 인류가 초월적 존재와의 연결을 상실한 현실을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전근대 시대 사람들은 선한 영과 악한 영이 가득한 “마법적 세계” 속에 살았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철학자 찰스 테일러가 <세속 시대(A Secular Age)>에서 말한 것처럼 “탈마법화”된 시대를 살고 있다. 이제는 그 무엇도 완전히 선하거나 악하지 않다.

그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만약 ‘G’로 시작하는 하나님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누가 선과 악을 규정하는가? 인류는 더 이상 전능하고 전지한 하나님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지 않다. 테일러가 말한 “차단된 자아(buffered self)”만이 남아, 인간이 스스로 사회적 세계를 만들어낼 자유를 갖게 되었다고 철학자 데니스 오브라이언은 그의 서평에서 설명한다.

하나님을 궁극적 선으로 여기는 연결이 사라진 자리에서, 인류는 자기결정에 몰두한다. 우리는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자아의 깊이를 실현하는 과제를 떠안는다. 신과 관계를 맺지 않고도 우리는 우리가 누구인지 규정할 수 있다고 여긴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우리는 선과 악의 싸움 한가운데에 스스로를 두었다. 오늘날의 내러티브는 루미나 네즈코처럼 인간이든 악마든 반악마든 자기 힘으로 내면의 어둠을 이겨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자기 자신에 대한 통제가 최고의 성취다.

우리가 악마와 괴물을 우리 자신처럼 결함은 있지만 연민과 공감을 받을 만한 존재로 재구성하는 데에는 파급 효과가 있다. 그들은 여전히 두렵지만, 동시에 인류를 구원할 수도 있는 존재로까지 묘사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영적 모호함은 더욱 번성한다. 모든 사람은 자기 눈에 옳은 대로 행하고, 죄는 보는 이의 눈에 달려 있다.

그러나 성경은 선과 악의 경계를 흐리지 않는다. 성경은 악마들이 사람들의 삶 속에서 혼란과 파괴를 일으킨 기록과, 그런 세력 위에 승리하시는 하나님을 증언한다. “하나님은 한 분이신 줄을 귀신들도 믿고 떠느니라”(야고보서 2:19). 그러므로 우리는 “혈과 육이 아니라 통치자들과 권세들과 이 어두움의 세상 주관자들과 하늘에 있는 악의 영들을 상대한다”(에베소서 6:10–12)는 말씀대로 하나님의 전신갑주를 입어야 한다.

우리가 더 이상 괴물과 악마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진정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우리가 외부의 악보다 자율성을 잃는 것을 더 두려워한다고 생각한다. 차단된 자아의 세계에서 우리는 모두가 ‘주인공처럼(main character energy)’ 살고자 하며, 더 큰 집과 더 비싼 자동차, 더 많은 급여를 하나님의 은혜의 표징으로 여긴다. 개인의 운명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것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아무런 도전도 없는 삶, 성공의 지표들로 가득한 삶만큼 자기의와 자기 의존으로 이끄는 강력한 유혹은 없다. 그런 삶 자체가 가장 큰 유혹이다.” 젠 윌킨(Jen Wilkin)은 CT에 이렇게 썼다.

아마도 자율성에 대한 우리의 갈망이 괴물과 악마를 길들이고 무해하게 만드는 이 흐름의 저변일 것이다. 이 흐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드러낸다. 그것은 하나의 거울이다. 우리가 하나님으로부터 얼마나 멀어졌는지, 얼마나 자주 위엄과 권력의 환상에 빠져드는지를 비추는 거울이다.

그리스도인들은 대중문화가 하나님과 자아에 대한 관념에 끼치는 영향과 왜곡을 인식하면서, 동시에 성경이 그것을 어떻게 교정하거나 확인하는지를 분별할 수 있다. 동료 케이트 러키가 썼듯이, “우리의 일은 문화적 취향을 정당화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향한 시각에서 우리가 본 것을 설명하는 것”이다.

악마와 괴물을 인간과 닮게 만드는 흐름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도 우리는 미디어 속에서 자율성의 묘사를 더 많이 보게 될 것이고, 진정으로 응원할 만한 선이나 단호히 거부할 만한 악은 점점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그것을 의식하며 바라본다면, ‘자기 자신이 궁극적 권위’라는 내러티브에 저항할 수 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우리는 겸손히, 그러나 확신에 차 이렇게 고백할 수 있다. “하나님은 하나님이시며, 나는 하나님이 아니다.”

이사벨 옹은 크리스채너티 투데이 동아시아 편집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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