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urch Life

어려 보인다고 해서 리더십이 가벼워져선 안 된다

아시아인이 다수인 교회에서는 나이에 따른 편견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성경은 젊은 리더를 향한 우리의 시선과 태도를 재정립하라고 권면한다.

Woman and microphone on a pink background
Christianity Today June 13, 2025
크리스채니티 투데이의 일러스트레이션 / 출처 이미지: 언스플래시, 펙셀

작년 어느 주일, 교회 강단에서 성경 말씀을 낭독하고 내려오자 한 성도가 물었다. “저 아이는 누구 딸인가요?” 년 전 저녁 집회를 인도했을 때는 한 방문자가 청소년 담당 목사님에게 “이 교회 젊은 친구들, 참 재능이 많네요.”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자주 나를 대학생으로 착각하곤 한다. 하지만 남편이 목사이며 내가 30대 후반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금세 놀란다. 이 상황은 참 묘한 딜레마다. 어려 보인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기도 하지만, 겉모습만으로 내 자질이나 위치를 판단 받을 때면 불편하고 마음이 복잡해진다.

많은 아시아 문화권과 북미의 아시아계 공동체에서는 어른을 공경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뿌리 깊게 내려있다. 이러한 규범 속에서 젊은 그리스도인들을 리더십의 자리로 초대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작년에 아시아계 미국인 기독교를 위한 혁신적 공간(Innovative Space for Asian American Christianity)의 조사에 따르면, 200개 이상의 아시아계 미국인(또는 대다수 아시아계 미국인인) 교회 가운데 약 35%가 “교회 당회(또는 지도부)에 30세 미만의 구성원이 없다”라고 응답했다.

아시아계 미국인 교회에 젊은 리더가 부족하다는 것은 단순한 인력 문제를 넘어선다. 도르카스 청 토준은 “이 현상은 공동체의 정체성과 선교 우선순위, 리더십의 다양성, 목회 승계에 영향을 미치는 세대 간의 신학적, 문화적 차이가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아시아계 목회자와 사역자들은 이런 어려움은 낯설지 않다. 홍콩 출신으로 29세에 캐나다 성공회 교회에서 목회 사역을 시작한 크리스틴 영은 교인들과 방문객들로부터 ‘너무 어려 보인다’는 말을 종종 들었다.

때로는 ‘너무 어려 보인다’는 이 말이, 인생 경험이 부족해 교인들을 충분히 이해하고 돌볼 수 없다는 암묵적인 평가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영은 감사한 마음으로, 자신이 10대 시절부터 사역에 대한 분명한 소명을 받았다고 설명하곤 했다.

영은 아시아 문화권에서는 나이에 따른 편견이 큰 장벽이 된다고 말한다. 한 번은 처음 본 교인이 그녀를 보자마자 얼굴을 찌푸리며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더니, “새로 오신 목사님이세요? 너무 젊으시네요.”라고 말한 적도 있었다.

비슷한 이야기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인도네시아 교회를 목회하는 35세의 중국계 말레이시아인 에스더 탄에게서도 들을 수 있다. 그녀의 교회에는 고령층 성도가 많아, 종종 마치 손녀를 대하듯 하는 경우가 있다. 성도들은 그녀를 목회자로 존중하지만, 탄은 “우리는 서로 인생의 다른 단계에 있고, 그분들은 저보다 훨씬 더 많은 경험을 갖고 계시기 때문에” 목회가 어렵게 느껴질 때가 있다고 털어놓는다. 실제로 한 연로한 교인은 탄이 너무 어려서 자신의 결혼 문제를 이야기하기 어렵다며, 상담받을 수 있는 나이 많은 여성 목회자를 소개해 줄 수 있는지 물었다.

필리핀의 한 학교에서 교편을 잡은 중국계 미국인 에반젤린 차우는 은퇴한 목사인 아버지가 종종 “중국계 미국인 교회는 60세의 자격을 갖추었지만 30세의 에너지를 가진 사람을 찾고 있다”라고 전했다.

물론, 모든 목회자가 젊음을 장애물로 느끼는 것은 아니다. 중국계 캐나다 교회에서 청소년 사역을 맡고 있는 싱가포르계 중국인 가나안 이 목사는 학생처럼 보이는 외모 덕분에 청소년들과 쉽게 어울릴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의 외모는 오히려 목회자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데 도움이 되었고, 청소년들은 그를 형이나 오빠처럼 여기며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하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있었다. 이전 사역지에서 27세의 미혼 목회자였던 이 목사는 가족이 함께 성경을 읽거나 아이들과 매일 밤 기도하는 것처럼 실제적인 조언을 전해도, 일부 부모로부터 아직 자녀 신앙 교육을 이야기할 자격이 부족하다는 인식과 저항에 부딪힌 경험이 있다.

이 목사는 자신의 어려 보이는 외모에 대한 언급을 대체로 가볍게 넘기는 편이다. 하지만 나이에 따른 암묵적이고 반복적인 차별 속에서 사역을 이어가는 일은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는 젊거나 어려 보이는 이들이 교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은사와 통찰력을 저평가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아시아 교회 리더십에 대한 이러한 접근 방식과 시선은 복음의 진리 앞에서 재조명되고 새롭게 빚어져야 한다. 목회자나 지도자의 나이에 대한 무심한 발언이 아무리 가볍고 유쾌하게 들릴지라도, 그런 말은 나이가 많을수록 더 현명하고 사역에 적합하다는 고정관념을 무의식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

성경은 이처럼 겉으로는 칭찬 같지만, 무의식적인 편견을 담은 말들을 내려놓으라고 가르친다. 바울은 에베소에서 사역 중인 디모데에게 “누구든지 네 연소함을 업신여기지 못하게 하고 오직 말과 행실과 사랑과 믿음과 정절에 있어서 믿는 자에게 본이 되어”라고 당부한다(딤전 4:12).

연장자를 공경하는 것은 당연히 귀한 일이다. 지혜와 영적 성숙은 종종 삶의 경험 속에서 자라난다. 그러나 이러한 자질이 반드시 나이와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바울은 디모데에게 주변 사람들에게 본이 되는 리더가 되라고 조언한다. 이는 나이에 상관없이 자격을 갖춘 교회 지도자라면 누구나 지녀야 할 자세이기도 하다.

바울은 디모데의 젊음을 장애물로 여기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을 그리스도를 닮은 섬김의 본을 보여줄 기회로 보았다. 그는 디모데에게 자신의 젊음이나 겉보기의 미숙함 때문에 판단받지 않도록, 수동적 태도를 버리고 능동적으로 행동하라고 권면했다.

그러나 집단의 화합이나 ‘체면’을 중시하는 문화에서 자란 이들에게는, 의견을 분명히 말하거나 잘못된 점을 바로잡는 일이 쉽지 않게 느껴질 수 있다. 아무리 정중하게 표현하더라도, 젊은 사람이 어른의 의견에 반박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일은 무례하거나 버릇없는 행동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수치심이나 비난이 아닌 사랑에서 비롯된 조언이라면, 그런 어색함조차도 존종과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 될 수 있다.

사도 베드로도 교회 내 나이에 따른 편견을 공동의 겸손으로 극복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베드로는 장로들과 젊은 그리스도인들 모두에게 요청하며, 장로들에게는 지혜롭고 돌보는 목자가 될 것을, 젊은이들에게는 장로들에게 순종하라고 당부한다(벧전 5:1-4).

그러나 마지막 문장은 공동체 전체를 향한 권면이다. 베드로는 잠언 3장 34절을 인용하며 이렇게 강조한다. “여러분 모두는 서로 겸손으로 옷 입으십시오. ‘하나님은 교만한 자를 대적하고 겸손한 자에게 은혜를 베푸십니다’(5절)”

베드로가 사용한 ‘겸손으로 옷 입으라’는 표현은 선택적이고 의도적인 태도를 상징한다. 겸손은 우리 말과 행동을 형성하고, 그에 색을 입히는 삶의 자세다. 베드로는 그 겸손을 ‘서로에게’ 실천하라고 전하며, 겸손이 본질적으로 관계적인 덕목임을 강조한다. 성급한 판단과 암시를 내려놓고, 정직한 호기심으로 타인을 바라보며, 그들의 성장을 진심으로 응원하는 태도이기도 하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사역 중인 탄 목사는 겸손이 교회 리더십 안에서 열매 맺는 모습을 직접 경험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30~40대 교인들이 리더십 직책을 맡기 시작했는데, 과거에는 한 사람이 오랜 기간 같은 자리를 지키는 일이 흔했다.

필리핀에서 선교사로 일하고 있는 차우는 지난 3년 동안 자신의 학교에서 갓 졸업해 들어온 신입 교직원부터 은퇴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직원을 코칭하고 훈련해 왔다. 처음에는 그녀를 너무 어리게 보는 시선도 있었지만, 학교에서 12년 동안 근무한 경험이 신뢰와 존중을 쌓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차우는, 만약 자신을 어린 시절부터 지켜봐 온 장로와 집사들이 많은 고향 교회에서 계속 사역했다면, 늘 ‘어린 시절의 이미지’라는 그림자 속에서 일해야 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분들 마음속에는 제가 여전히 15살로 남아 있을 수 있거든요. 아무리 20년이 흘렀더라도요.”

내가 자란 싱가포르의 대형 교회에서는 소그룹, 회중 예배, 교회 캠프 등에서 리더십을 맡는 데 있어 나이는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그곳의 크리스천 리더들과 또래 친구들은 직장 경력이나 자격의 부족을 따지기보다는, 10대 시절 하나님을 섬기기 위해 들인 시간과 노력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진심으로 격려해 주었다.

내가 속한 북미의 교회에서도 젊어 보인다는 이유로 예배를 인도나 청소년 사역을 하는 데에 직접적인 방해를 받지는 않는다. 하지만 동안 외모 덕분에 ‘너무 어려보인다’라는 말은 주름이 깊어지고 흰머리가 늘어날 때까지도 계속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교회 안에 더 많은 바울들이 디모데들을 환영하고, 그들이 자라고 성장할 수 있도록 공간과 지지를 기꺼이 내어주기를 바란다. 나이에 상관없이 하나님께서 세우신 이들이 담대하게 사역할 수 있는 공동체가 되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다양한 세대의 그리스도인들과 함께 듣고 배우며, 깊은 우정을 쌓아가는 여정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이제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탄은 이렇게 대답한다. “네, 하나님께서 젊은 세대를 일으켜 세우셔서 섬기게 하셨죠. 그 일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에요. 그렇지 않나요?”

이사벨 옹은 크리스채너티 투데이의 동아시아 담당 편집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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