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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디킨스가 들려주는 예수님 이야기?

스타 배우들이 목소리로 참여한 어린이 영화 ‘킹 오브 킹스’는 기발한 설정과 창의적인 연출로 복음서의 이야기를 새롭게 풀어낸다.

Charles Dickens voiced by Kenneth Branagh in The King of Kings.

.’킹 오브 킹스’에서 찰스 디킨스의 목소리는 케네스 브래너가 연기했다

Christianity Today July 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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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의 시선으로 예수님이 이야기를 그린 영화는 그동안 꾸준히 제작됐다.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나온 예수님 영화 중 최고라고 생각하는 ‘미라클 메이커’도 회당장 야이로의 딸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전한다. 올해 말 개봉 예정인 ‘라이트 오브 더 월드’는 가장 어린 제자로 알려진 요한과 예수님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며, 영화에서 요한을 ‘평범한 소년’으로 묘사한다.

이번 주에 개봉하는 엔젤 스튜디오의 신작 ‘더 킹 오브 킹스’(한국 개봉은 7월16일 예정) 역시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우지만, 복음을 다루는 방식은 조금 다르다. 1세기에 살았던 어린이를 부각하기보다, 19세기 작가 찰스 디킨스(케네스 브래너 목소리)가 그의 어린 아들 월터(‘조조 래빗’의 로만 그리핀 데이비스 목소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로 복음을 풀어낸다.

이런 설정에는 역사적 배경도 있다. ‘올리버 트위스트’, ‘위대한 유산’, ‘두 도시 이야기’ 등의 소설로 잘 알려진 디킨스는 예수님에 관한 책 ‘예수(우리 주님)의 생애‘를 집필했고, 매년 크리스마스마다 자녀들에게 읽어 주었다. 그러나 디킨스는 이 책을 출판하길 거부했고, 가족에게도 매우 개인적인 글이었기에 1840년대에 쓰인 이 책은 그의 마지막 자녀가 세상을 떠난 1930년대가 되어서야 비로소 세상에 공개되었다.

‘킹 오브 킹스’는 여러 면에서 ‘예수의 생애’와 다르다. 하지만 아버지가 아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핵심적인 설정 덕분에 이 영화는 예수님의 이야기, 심지어 어두운 부분까지도 어린이에게 적합한 방식으로 풀어낸다. 찰스와 월터의 대화, 특히 월터가 가끔 질문을 던질 수 있다는 설정은 어린 관객들이 놓치기 쉬운 크고 작은 디테일들을 설명해 주는 역할을 한다. (예: “유월절이 뭔가요?” 혹은 “구유가 뭔가요?”)

예수님의 이야기의 주요 사건들은 빠짐없이 담겨 있다. 예수님의 탄생(오스카 아이작 목소리), 나사렛에서의 어린 시절, 12살 때 성전 방문, 세례 요한에게 세례를 받은 일, 잘 알려진 여러 기적 이야기, 그리고 죽음과 부활을 포함한 예수님의 마지막 일주일의 사건들까지 담아낸다.

월터와 그의 아버지 찰스 디킨스는 때로 이야기에서 벗어나 서재라는 안전한 공간에서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1세기 배경 속에서 멀리 떨어져 지켜보기도 한다. 또 어떤 때는 그들이 직접 이야기 속으로 뛰어들어 웃음을 자아내거나,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다리가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군중 속에서 길을 잃은 고양이 윌라는 유쾌한 웃음을 안겨 준다. 그리고 어머니(우마 서먼 목소리)가 서재로 가져온 비스킷을 먹던 월터가 그것을 제자에게 건네주는 상상을 하는 순간, 비스킷은 예수님이 무리를 먹이신 물고기와 떡으로 바뀐다.

한국의 비주얼 이펙트(VFX) 스튜디오 모팩이 제작하고, 장성호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디킨스와 그의 가족에게 초점을 맞추면서도 디킨스의 책에는 크게 의존하지 않는다. 디킨스가 생략한 부분을 채우고, 강조하는 주제도 다르며, 원작보다 훨씬 더 신학적으로 정통적(즉, 더 기독교적)이다.

큰 차이점 중 하나는 바로 영화의 제목에서 드러난다. 디킨스의 책에서는 예수님을 ‘왕’이라고 거의 언급하지 않고, 그마저도 주로 사악한 헤롯 왕들을 지칭할 때 쓰인다. 그러나 영화 속에서 아들 월터는 아서 왕 이야기에 빠져 있고, 찰스는 그에게 진정한 ‘왕 중의 왕’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영화에는 ‘겸손한 왕’, ‘백성을 섬기는 왕’ 등 예수님이 어떤 왕이셨는지를 보여주는 대사가 곳곳에 담겨있다.

이 영화는 예수님이 사탄과 악한 영들과 마주한 장면들을 더욱 세심하게 다룬다. 디킨스는 책에서 예수님이 광야에서 40일 동안 기도하셨다고만 언급하고, 유혹에 관한 이야기는 빼놓았다. 예수님이 고쳐주신 사람들을 괴롭힌 영들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고, 그저 그들이 ‘미쳤다’라고 표현한다. 반면, 영화는 이러한 이야기를 솔직하고 영리하게 담아낸다. 예를 들어 악령의 모습을 작은 회오리바람 같은 먼지구름으로 표현하고, 영화 속 찰스는 예수님이 “오직 하나님의 말씀만으로” 유혹을 물리치셨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영화는 책에서 거의 다루지 않았던 ‘믿음’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킹 오브 킹스’의 찰스는 예수님이 단순히 기적을 보여주기 위해 기적을 행하신 것이 아니라 믿음의 능력을 드러내기 위해 기적을 행하셨다고 말한다. 그는 심지어 악령들이 예수님께 순종한 이유가 ‘그들이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이심을 알았고, 그분의 믿음이 얼마나 강한지도 알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예수님이 ‘믿음’을 가졌다고 표현하는 것이 신학적으로 적절한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으며, 히브리서 12:2 같은 구절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영화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나를 믿고 구원받으라.”라고 직접 말씀하신다.

그렇다고 해서 ‘킹 오브 킹스’가 ‘예수의 생애’를 충분히 넘어섰다고 보기는 어렵다. 디킨스는 그 시대의 편견을 반영해 예수님 당시의 유대인들을 묘사했지만, 영화는 그 오류를 일부 바로 잡는다. 예를 들어,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은 이가 유대인이 아니라 로마인들이었다는 점을 영화에서는 훨씬 명확히 한다. 그러나 바리새인들을 단순한 악당처럼 그리는 묘사는 의도치 않게 고정된 관념을 답습하고 만다.

그런데도 영화는 전반적으로 인상적이고 무엇보다 창의적이다. 찰스가 어린 월터에게 예수님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장치 덕분에 어린이 관객들은 월터를 통해 자신을 비추어 보고, 월터는 다시 예수님이 만난 사람들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영화의 디지털 배경 촬영 기법은 역동적이고 풍부한 표현을 가능하게 했다. 특히 찰스가 유월절의 기원이나 예수님이 왜 우리 죄를 위해 죽으셔야 했는지를 설명하는 중요한 장면에서는, 기존의 컴퓨터 애니메이션을 잠시 멈추고, 19세기 유럽의 고전적인 성경 목판화(구스타브 도레 스타일)에 가벼운 애니메이션을 입혀 메시지를 전한다.

장성호 감독이 각본을 쓰고, 디즈니 영화 ‘공주와 개구리’의 롭 에드워즈와 제이미 토머슨이 도움을 준 이 이야기에는 성경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반가워할 만한 작은 디테일이 담겨 있다. 대표적으로 열두 사도가 소개될 때, 한 사람이 “야, 네 아버지 이름도 알패오야?”라고 묻는 장면이 그렇다.

성우들의 캐스팅도 훌륭하다. 특히 디킨스 역의 케네스 브래너는 탁월하고 섬세한 연기로 깊이를 더하고, 오스카 아이작은 ‘네이티비티 스토리‘에서 예수님의 육신의 아버지 요셉을 연기하며 주목받았던 경험을 살려 이번에는 자비롭고 권위 있는 예수님의 목소리를 완벽하게 구현해 낸다. 그 외 배역으로는 헤롯 역의 마크 해밀, 베드로 역의 포레스트 휘태커, 가야바 역의 벤 킹슬리, 본디오 빌라도 역의 피어스 브로스넌이 있다.

영화는 디킨스의 책에 담긴 또 하나의 주목할 만한 신학적 요소를 다르게 다룬다. ‘예수의 생애’는 사람들이 선하게 살면 천국에 갈 수 있고, 그곳에서 ‘빛나는 천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반복해 강조한다. 디킨스가 본 예수님 사역의 핵심은 우리가 더 나은 사람이 되어 죽은 후에 천국에 갈 수 있도록 가르치는 데 있었다. 디킨스는 심지어 예수님이 본래는 인간이었고, 성인이 된 후 어떤 시점에 하나님이 그를 ‘자기 아들’로 삼으셨다고 믿는, 이른바 입양설을 받아들인 듯 보인다. 그는 예수님이 “너무 선하셔서 하나님이 그를 자기 아들처럼 사랑하셨다”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반면 영화는 부활에 궁극적인 강조점을 두며, 구원의 시작이 미래의 어느 시점이 아니라 바로 지금, 이곳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분명히 한다. 찰스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다시 살아났습니다. 그분이 부활하셨기 때문입니다.” 아멘.

피터 T. 채트웨이는 성경을 소재로 한 영화에 특별한 관심을 가진 영화 평론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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