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인스 최, 우연한 설교자

‘김 씨네 편의점’ 원작자, 목회자의 소명 앞에서 갈등했지만 결국 신앙과 예술로 길을 찾다

Ins Choi acting in Son of a Preacherman

‘설교자의 아들’의 인스 최.

Christianity Today April 29, 2025
사진: 첼시 스튜잇

예수님이 이 시대를 살고 계신다면 버켄스탁이나 조리 슬리퍼, 크록스를 신으셨을까?

4월 초의 선선한 봄밤, 캐나다 밴쿠버의 한적한 주택가에 있는 성공회 교회 지하실. 그곳에는 120여 명의 사람들이 팔꿈치를 맞대고 앉아 있다. 페르시아풍 카펫이 깔린 무대 중앙에 머리가 희끗한 한 배우가 서 있고, 그 뒤로는 밴드가 준비 중이다.

한 남자가 재즈풍의 가벼운 노래를 부르며 공연을 이어간다. “예수님이 비닐봉지를 쓰지 말라고 하셨을까요?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팬이실까요? 교회를 보며 ‘저게 뭐야?’라고 말하셨을까요?”

재미있는 질문을 던질 때마다 관객들은 웃음을 터뜨린다. 그러나 출연자 인스 최는 이 우스꽝스러운 질문이 사실 깊이 생각해 볼 가치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듯 결코 웃음을 보이지 않는다.

사실, 최 작가보다 그의 작품이 우리에게 더 잘 알려져 있다. 그는 한인 이민자 가족의 삶을 그린 히트작 ‘김 씨네 편의점’의 원작자다. 이 작품은 한국 음식 문화를 ‘조용히 혁명적’ 으로 묘사하며 ‘매력적이고 절제된 가족 드라마’ 라는 을 받았다. 출연진들은 캐나다 스크린 어워드에서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을 받았으며, 이후 한 배우(시무 리우)는 마블 유니버스의 샹치 역을 맡았다.

하지만 밴쿠버 홀리 트리니티가 주최한 퍼시픽 시어터의 어두운 무대에서는 서툰 영어를 하고, 돈을 벌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폐쇄적인 사고를 하는 전형적인 이민자 모습이 웃음의 소재가 되지 않는다. 대신, 51세의 배우이자 극작가인 그는 자기 비하와 엉뚱한 유머를 섞어, 자신의 인생에서 겪은 아픔을 섬세하게 풀어낸다.

80분 내내 청중의 집중을 계속해서 이끄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최 작가는 이를 아주 쉽게 해낸다. 4월 13일까지 세계 최초 공개되는 ‘설교자의 아들’ 은 대부분 독백으로 이루어진 극이며, 재능 있는 뮤지션 배우 트리오(벤 엘리엇, 레이첼 앙코, 하늘 이)가 그에 힘을 더한다. 최 작가는 노래와 대사를 넘나들며 북한에서 남한으로 이주한 가족의 여정과 함께 아버지, 할아버지, 사촌들과 같은 설교자가 되기로 한 자신의 운명 등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풀어낸다.

‘설교자의 아들’ 을 통해 최 작가는 극 중에서 관객과의 경계를 계속해서 허물며, 네 번째 벽을 깨트린다. 그는 꿈 속에서 예수님이 두 번이나 이마를 톡톡 치는 장면을 보고, 그 후 예술적 소명을 향한 여정을 우리에게 가까이서 보여준다. 친구들이 예술을 포기하라고 말할 때도, 그는 하나님을 신뢰하며 간절히 외치는 목소리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그가 감동적이고 희망적인 시로 공연을 마무리하기 전에, 관객을 향해 “와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할 때, 우리는 그의 세계에 푹 빠져 있다가 (그리고 실망스럽게도!) 공연의 갑작스러운 마무리에 충격을 받는다.

극 중에서 하나님, 예수님, 교회가 반복적으로 언급되지만, 어색하거나 과장되지 않은 것은 최 작가의 기교를 입증하는 부분이다. 그는 삶과 예술에서 창조적 소명과 문화적 기대, 헌신과 자기표현 사이의 긴장을 탐구한다.

최 작가는 1974년 한국에서 태어났다. 그의 가족은 온타리오주 스카버러에 정착하여 삼촌의 슈퍼마켓 위층에서 살았고, 최 작가는 시를 쓰고 노래를 부르며 시간을 보냈다.

최 작가는 이민자 커뮤니티인 토론토 한인 벧엘교회에서 자랐으며, 그곳에서 아버지의 열정적인 설교 스타일을 보며 스토리텔링에 대한 관심을 두게 되었다. 아버지는 사무실이었던 작은 창고 벽에 그림을 붙이고 책을 뒤적이며 설교를 준비하고 큰 소리로 연습했다. 강단에서 아버지는 수탉, 소, 양, 개 등 다양한 동물 소리를 흉내 내셨다. 최 작가는 CT와의 인터뷰에서 “아버지는 바보와 광대 연기를 종종 하셨다”고 말했다.

하나님은 15세의 이 설교자 아들을 아버지가 사역하는 교회가 아닌, 토론토 시내에서 열린 한인 청년 모임에서 만나셨다. 최 군은 멋진 스케이트 보더들과 함께 뒷자리에 앉아 여학생들을 만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는 이런 행사에 이미 여러 번 참석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강사가 예수님을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앞으로 나오라고 했을 때, 무언가가 그를 앞으로 나아가게 했다. 그는 화장실에 가는 척하면서 스케이트보드를 집어 들었다. 하지만 결국 그는 중앙 통로를 걸어가며 울며 무릎을 꿇고 기도했고, 상담자는 그를 위해 기도해 주었다.

최 작가는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평생을 바친 하나님을 직접 경험하는 감격스럽고 황홀한 순간이었어요. 마치 재회의 순간 같았어요.” 라고 말했다.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최 작가는 바이블 칼리지에 다니다가 중퇴한 후, 토론토 요크 대학에서 연극을 공부했다. 그는 아시아계 배우에게 주어지는 1차원적인 단역 배역에 좌절하며 배역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최 작가는 아버지의 교회에서 파트타임으로 어린이 사역을 하며, 커피숍 팀 호튼스에서 시와 희곡을 쓰며 오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최 작가는 토론토의 복음주의 성공회 위클리프 대학에서 신학 석사 과정을 밟기 시작했다. 구약학을 가르쳤던 마리온 테일러 교수는 그가 위클리프 대학에서 보낸 시간이 신진 예술가인 최 작가가 드라마와 연출 분야에서 자신의 재능을 신앙과 통합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테일러 교수는 최 작가가 수업 시간에 “성경을 극화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들 기회를 잡았다”고 말했다. 한 예로, 최 작가는 아가서의 첫 장 일부를 암송하고 있었다. 대학 강당에서 연설 연습을 하던 중, 우연히 지나가던 행인이 그의 낭독을 듣고 누군가 신경쇠약에 걸린 줄 알았다고 했다. “그는 단지 성경책에 나오는 파괴와 폭력, 그리고 피를 애통해하고 있었을 뿐이에요.”라고 테일러 교수는 말했다.

신학교를 졸업한 후, 최 작가는 탕자의 비유를 바탕으로 토론토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국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연극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 토론토의 극장에 대본을 돌렸을 때, 아무도 이 작품을 달가워하지 않았다고 최 작가는 ‘설교자의 아들’에서 말했다.

하지만 2011년 토론토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공연하면서 돌파구를 찾았다. 연극이 끝난 후, 완전한 침묵이 흘렀다. 그 순간 최 작가는 관객이 싫어하지는 않았을까 하는 자괴감에 휩싸였다. 그러나 곧 환호와 박수가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그 후 최 작가는 작가, 공동 창작자, TV 각색 총괄 프로듀서까지 맡으며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김 씨네 편의점’을 보면 제작자가 크리스천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항상 다른 사람들에게 “예수님을 찬양하라” 고 권하는 독실한 신자 엄마(진 윤)와 시끄러운 한국인 무리 속에서 진지하고 어색한 리더인 니나 고메즈(아만다 브루겔) 목사 같은 캐릭터가 등장한다. 이 인물들은 신앙을 표현할 때 따뜻하고 진솔하며 누구나 공감할 수 있게 만든다. 하지만 인물들이 결점투성이의 인간성을 드러낼 때 코미디가 더욱 빛을 발한다. 예를 들어, 아빠(폴 선형 리)가 말하는 “네가 험담할 때마다 아기 예수가 울어” 처럼.

2016년에 첫선을 보인 이 프로그램은 후반기에 아시아계 출연진이 제작진의 다양성 부족을 지적하며, 인종차별적인 스토리라고 비난했다. 다섯 번째이자 마지막 시즌이 끝난 후, 최 작가는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다” 며 프로젝트에서 손을 뗐다. 결국 ‘김 씨네 편의점’은 2021년에 방영이 취소되었다.

TV 시리즈를 제외한 최 작가의 작품 활동은 주로 극작에 집중되어 있다. 2018년에는 ‘노래, 이야기, 그리고 낭송’ 을, 2022년에는 ‘나쁜 부모’를 무대에 올렸는데, 이 두 작품은 초보 부모가 되는 과정에서 겪는 우여곡절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나쁜 부모’의 소재는 대부분 처음 아빠가 된 그의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였다)

이제 최 작가는 ‘설교자의 아들’을 통해 무대로 돌아왔다. C.S. 루이스가 말했듯, ‘세례받은 상상력’의 복잡한 면모를 발휘할 수 있는 가장 편안한 무대일 것이다. ‘설교자의 아들’은 명백하게 기독교를 소재로 한 최 작가의 첫 작품은 아니다. 그가 이전에 만든 작품 중에는 노숙자가 하나님의 긴급한 메시지를 전하는 1시간짜리 단독 공연인 ‘십자가의 지하철역‘과, KJV 번역 경험을 공유하는 ‘킹 제임스: 성경 쇼’가 있다.

최 작가는 CT와의 인터뷰에서 작가라는 직업은 외롭다고 말했다. 하지만 함께 밥을 먹고, 디자이너와 감독과 일하며,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함께 일하는 연극의 사회적 측면이 그를 다시 연기로 이끌었다. “사람들과 함께하는 경험입니다. 정말 그리웠어요. 교회처럼 공동체에 있는 것이 좋았어요.”라고 그는 말했다.

캐나다 출신의 젊은 한국계 배우이자 음악가인 하늘 이는 ‘설교자의 아들’의 앙상블 멤버이다. 그가 공연에서 좋아하는 곡 중 하나는 ‘나는 기뻐합니다’로, 한국계 캐나다인이 예술가로 겪었던 어려움, 즉 자신이 거주하고 싶었던 공간에서 늘 소외되고 잊혀지는 느낌에 관해 이야기한다. 이 곡은 하나님께 직접 올려드리는 몇 안 되는 노래 중 하나이다.

하늘 이는 최 작가가 출연진에게 자신을 예수를 따르는 자이자 예술가로 정의했다고 전했다. “저는 그의 삶에서 두 가지를 모두 볼 수 있습니다. 그가 하는 말과 행동에서 빛이 납니다.” 라고 이 씨는 말했다.

‘설교자의 아들’에서 최 작가는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발자취를 따라 설교자가 되기 위해 고민했던 과정을 설명한다. 그 길은 잘 알고 있고, 안전하며 익숙한 길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는 연기와 글쓰기에 대한 더 강한 열망과 씨름했고, 결국 그 길을 포기했다.

“무대 위에서 연기를 할 때면 하나님이 저를 향해 미소 짓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라고 최 작가는 2021년 인터뷰에서 말했다. “하나님께서 제게 빛을 비춰주시는 것 같아요. 그것이 제가 하도록 창조하신 일이니까요.”

최 작가의 창작물에는 여전히 말씀을 진지하게 해석하는 사람의 모습, 즉 신학과 실천을 거칠고 실제 상황에 비유하는 방식으로 탐구하고 질문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설교자의 아들’에서 그는 성경의 제자들이 모두 모였을 때 무엇을 말하고 행할지에 대한 유쾌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누가 배척당할 것이며, 유일하게 속편이 나온 사람(사무엘)에게 어떻게 반응할까?

‘십자가의 지하철역’ 에서 그는 사회적으로 외톨이를 통해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를 시로 표현한다. “하나님이 당신을 부르시고 / 하나님이 당신에게 빠져드시고 / 하나님이 얼마나 빠져드시는지 정말 믿기지 않습니다.”

‘설교자의 아들’에서 그는 “저는 설교자가 아닙니다. 저는 설교자가 된 적이 없습니다.” 라고 선언한다. 하지만 토론토에서 열린 시사회 후, 친구가 보낸 문자 메시지에는 “아이러니하게도 너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복음을 전하고 있더라.”라고 적혀 있었다.

‘관객을 섬기는 것도 하나의 사역입니다.’라고 최 작가는 CT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사람들이 공연장에 가면 갑자기 공연하는 사람들과 하나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것 같아요. 함께 웃고, 함께 숨을 고르며, 그래서 외로움을 덜 느끼게 됩니다.”

‘설교자의 아들’은 예술과 신앙 사이의 긴장감을 거침없이 솔직하게 탐구한다. 궁극적으로 최 작가는 이러한 긴장감이 선하고, 심지어 필요한 것이며, 우리를 하나님이 창조하신 본래의 모습으로 이끌어준다는 것을 보여준다. 예술가와 크리스천은 하나가 될 수 있다.

이사벨 옹은 크리스채니티 투데이의 동아시아 담당 편집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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